한강 1~10 - 조정래 지음

gold iris 2014. 4. 3. 00:09

2014.03.31 드디어 "한강"을 읽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읽었습니다. 한마디로 얘기하기에는 너무나 송구한 일이지만 역시 대단합니다. 재미있습니다.

옛날에 "태백산맥"을 재미있게 읽고, 한참 후에 "아리랑"을 읽었습니다. "아리랑"은 "태백산맥"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아리랑"을 읽으면서 소설을 읽어도 역사공부가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한강"을 읽었는데 재미있으니 페이지가 잘 넘어갑니다.

"태백산맥"이 벌교, "아리랑"이 김제평야가 주무대였다면 "한강"은 서울입니다.

60년대 중반부터의 서울 모습은 제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런데 "한강"에 표현된 것이 저의 기억과 일치합니다. 예를 들면 화신백화점에서 조계사 방향으로 즉 우리집 길 건너에 송아지다방이 있었는데 소설속에서도 그대로 송아지다방으로 나옵니다. 제 기억으로는 2층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그 옛날의 다방이름까지 정확하게 조사하여 글을 쓰다니...

우리집골목을 나서서 신신백화점 옆으로 가면 비빔밥으로 유명한 한일관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묘사되어 있더군요. 책을 읽으면서도 반가웠습니다.ㅎㅎ

4.19는 제가 기억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70년대말 독재타도를 외치던 광화문의 시위에서는 저도 시위대의 뒷꽁무니에 서 있다가 전경부대가 최루탄을 쏘아대면 피맛골로 해서 집으로 돌아가고는 했었습니다.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작가의 자료수집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작가의 후기를 읽으니 살짝 눈물이 나려고도 합니다.

작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태백산맥"을 필사하라고 했답니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태백산맥"을 베낄 수 있는 여자를 데려오라고 했다는군요. 그래서 며느리도 필사한답니다. 그래서 "태백산맥" 필사본이 3부라고... 그러한데는 여러 뜻이 담겨 있더군요.

이런 장편을 읽으면 웬만한 장편은 이야기가 짧게 느껴집니다. "한강" 10권을 덮으며 무슨 장편을 읽어볼까 생각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시 읽을까, "토지"를 다시 읽을까, 안읽은 "영웅문"을 읽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