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1, 2 - 이덕일 지음

gold iris 2012. 1. 12. 11:27

2012.01.02 에 읽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일생도 글로 쓰면 적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 될 터인데, 특히나 정조같은 왕은 이야깃거리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모두 18가지 주제를 가지고 구성했습니다.

집권세력인 노론은 국제정세의 흐름을 무시합니다. 송시열의 후손인 송덕상에게 정조가 벼슬을 내리자 여러 차례 거부하던 송덕상이 간신히 명을 받드는데, 임명장에 청나라 연호가 씌여 있다고 또 다시 거부하였기에 결국 명나라 연호로 다시 작성하여 임명장을 줍니다. 명나라 망한지 100년이 훨씬 넘은 시점인데 말이지요.

육의전으로 대표되는 시전상인들이 난전을 금지시킬 수 있는 권리인 '금난전권'은 상당한 정경유착이었습니다. 정조는 서민계급의 생활향상과 상업의 발전을 위하여 금난전권을 폐지하는 것과 같은 개혁을 많이 시도하지만 정조의 때 이른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항생제 몇 알이면 일찍 죽지 않았을 임금들이 더러 있습니다. 종기가 그 당시에는 참 난감한 병이었더라구요.

공식 왕조실록은 아니지만 정조의 일상을 적은 "일득록"에 의하면 각 도의 장계에 왕을 찬양하는 풍조가 지나치니 그러한 장계는 승정원에서 살펴 임금에게 들이지 말라고 지시합니다. 이삼십 명 밖에 안되는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단체나 기관에서도 그 기관장에게 좋은 소리만 하여 사리를 보는 눈을 어둡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러한 지시를 내린 정조는 현명한 왕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대비전과 혜경궁에 문안을 마친 후에 신료들을 접견하는 장소가 또한 모두 조금  멀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니, 제신이 공소에 나아가는 수고에 못지않다.  제신은 혹 휴가라도 내지만 나는 일찍이 잠시도 쉬어 보지 못하였다" 역시 "일득록"의 한 부분입니다. 왕에게는 휴가도 없었다는 얘기지요. 마음대로만 하면 될 것 같은 왕의 자리가 엄청난 긴장과 정무에 시달리는 자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나간 이야기가 자꾸 재미있어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