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건축기행 - 유현준 지음

gold iris 2023. 8. 10. 01:34

2023.08.09.
언제부턴가 건축 관련 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몇 권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습니다.
유현준의 책은 처음 읽었습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계속 올라 있는데, 그럴 만합니다. 재밌네요.

저보다 아홉살 많은 막내작은아버지는 제가 대학생일 때 "공간"에 근무하셨었고, 그 시기에 창덕궁 돈화문 옆 원서동의 짙은 회색 벽돌 건물에 들락거리며 김수근 선생님의 작업실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었습니다.
공간 건물에 갔던 이유는 대체로 지하에 있던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하는 여러가지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때 저도 모르게 건축에 대한 관심이 자리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공간사랑에 드나들며 보고 느꼈던 것들이 오늘날의 저의 모습에 확실하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인문건축기행은 르 코르뷔지에를 시작으로 30개의 현대건축물에 관해 얘기합니다. 하나같이 멋지고 훌륭한 예술작품들입니다.

르 코르뷔지에는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하여 가로창과 필로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183cm의 키를 기준으로, 팔을 뻗으면 226cm가 된다고 계산하여 천장 높이를 정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아파트의 천장높이가 230cm입니다. 이런 기준을 '모듈러'라고 합니다.
브루넬리스키가 투시법과 소실점을 발명한 것이 건축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알게 되었고, 고딕 성당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낙수장치인 가고일의 우리말은 '이무깃돌'이네요.
우리동네 병원의 담장에서도 볼 수 있는 철망상자에 돌을 넣은 것은 '게비온'이라고 한답니다. 그런 걸 뭐라고 하는지 생각도 안 해보고, '저런 담장이 여기도 있네' 하고만 지나 다녔네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로는 일본 혼슈 도쿄 우에노의 국립서양미술관에 가본 적이 있고,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 세토나이카이에 있는 나오시마에서 지중미술관과 이우환미술관에, 제주도 서귀포의 본태박물관과 섭지코지의 유민미술관, 글라스 하우스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을 보고는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세련됨이 보여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가 어찌 그리 반질반질한가 했더니, 콘크리트 틀(거푸집)에 기름종이를 대고 콘크리트를 부어서, 그런 질감이 된다네요.
그리고 안도 다다오의 길고 여러번 꺽이는 진입 경로는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와 무관하지 않답니다.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이 있는 하얀 대리석 방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림 관련 책을 보면 미술관 투어를 하고 싶고, 건축 관련 책을 보니 건축물 투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하고싶은 것이 많으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