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및 답사

대구골목투어 - 근대로의 여행 5 (진~골목)

gold iris 2011. 3. 30. 01:41

진골목은 달성 서씨들이 살았던 부자 골목으로, 골목이 길어서 진골목이라 불려지게 되었습니다(길다의 경상도 사투리). 일제강점기의 한국식, 중국식, 일본식이 혼합되어 지어진 한옥의 느낌을 만날 수 있는 골목으로 동산병원 사택, 대구 최초의 2층 양옥집인 정소아과, 시인 이육사가 배달하며 시, 서화를 배웠다는 석재 서병오씨 집터 등이 있습니다.

이 길은 조선시대 경상감영으로 가기위해 양반들이 영남 제일관문에서 진골목 옆으로 난 큰 길을 따라 오가던 것에 반해 하층민들이 이용하던 꼬불꼬불한 좁고 긴 골목길 이었다고 합니다.

그 길이 구한말에 대구에서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최고의 부촌으로 자리 잡습니다. 해방 후 부자들이 떠나고 저택들은 요정으로 바뀌었고, 1970년대 윤락업소들이 들어서면서 옛 명성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음식점들이 들어서고 지금은 서울의 종로거리처럼 기원과 다방, 저렴한 식사비로 연세 많으신 어른들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진골목에 살던 일곱 명의 여성이 1907년 2월 21일에 대구의 국채보상운동이 열리자 이틀 뒤에 여성으로서 참여의사를 밝히고 은반지 모으기 운동을 전개했고, 이를 기리기 위해 정소아과 맞은 편에 ‘진골목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김원일 작가의 ‘마당깊은 집’의 배경이 된 곳이 진골목과 약령시가 있는 골목입니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80년대 드라마로도 소개된 내용들을 이야기에 따라 벽화로 그려놓았습니다. 저는 아직 그 책을 안 읽었습니다.-.-;; 

100년 전통의 지물포도 있고, "하고싶은.. 건 하고 살자!!"는 간판도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구입니다.ㅎㅎ

미도다방에서 또 약차를 마셨습니다. 40년 전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장님이 아주 미인이신데 고졸 이후에 집안형편을 돕기위해 진학을 포기하고 시작한 것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어르신들께 아주 친절하게 대하시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사진을 부탁했더니 영광이라며 잠시 자세를...

화교거리옛날 종로거리에 위치합니다. 남성로와 북성로를 연결하는 종로거리는 구한말까지 대구에서 길 폭이 가장 넓었습니다. 20세기 초입에 건축 붐과 함께 화교 건축 노동자들이 약령시와 이어진 종로2가에 집단거주지를 마련했으나, 해방 후 대부분이 미국, 호주, 대만 등으로 이민을 가고, 이제는 화교식당 대 여섯 개와 화교협회, 교회, 소학교만이 남았습니다. 그들이 남긴 훌륭한 건축물로 계산성당, 제일교회, 구세군교회 건물 등이 있습니다.

화교 소학교의 벽에 씌어있는 "예의염치"가 눈에 확 띄었습니다. 우리의 초등학교에는 뭐라 씌여있더라?

르네상스풍의 1932년에 지어진 조선식산은행건물 옆이 경상감영공원입니다. 여기서부터 배터리가 다 되어서 사진은 없습니다.-.-;;

경상감영공원을 보고 이중섭, 구상 등이 자주 모였다는 골목길도 다녀보고 달성공원으로 갔습니다. 향토역사관을 보고는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이 되니 다리가 뻐근하고 잠이 쉽게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해설사 선생님 덕분에 아주아주 멋진 여행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