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3. 국립서양미술관을 보고,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우에노 공원으로 들어가서 미술관을 더 보기로 했습니다. 길거리의 포스터를 보니, 서양의 그림들중에 공포를 그린 그림들만 모은 전시회가 있어보입니다. 호러가 아니고, 사형수의 죽음에 대한 공포 등을 주제로 한 것인가 봅니다. 딸아이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해서 미술관을 찾아갔더니, 또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줄을 서 있습니다. 입장권은 바로 살 수 있는데, 입장하기까지 3시간(190분)이 넘게 기다려야한답니다. 직원이 '190분' 팻말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전시는 포기하고, 고흐특별전(고흐와 일본)을 하고 있는 도쿄도미술관으로 갔습니다. 입장권을 사려니, 이곳도 입장하는데 20분은 기다려야한답니다. '그 정도는 줄을 설 수 있지' 하고, 입장권을 사고 줄을 섰지요. 고흐의 그림중에 일본과 관련있는 것 위주의 전시였습니다. 오전에 본 "호쿠사이와 자포니즘"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역시 미술관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도쿄도미술관을 나오니 다리가 너무 아파서 카페에 들어가려고 찾으니, 카페는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할뿐만 아니라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다가 장아찌를 파는 집이 있기에 들어가서 샘플을 먹어보니 맛이 좋습니다. 작은 봉지 몇 개를 사고 나오면서 간판을 보니 3백년이 넘은 점포라고 써있습니다. 1673년에 시작한 장아찌 집이랍니다. 345년이 된 점포입니다. 대~단합니다. 집에 와서 아주버님 드시라고 형님께 한 봉지 드렸더니 맛있게 잘 드셨다는군요.
간신히 앉을 자리가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앉았습니다. 우에노의 카페나 식당은 어디나 테이블이 작고 의자도 작고, 아주 촘촘하게 배치해놓았습니다. 가방 등을 놓을 바구니가 테이블마다 옆에 놓여 있습니다. 의자를 많이 놓아야 월세가 나오겠지요. 워낙 땅값이 비싼 곳일테니...
잠시 쉬고는 다시 아메야요코초시장으로 가는 길에 백화점도 하나 구경하고, 시장 구경을 하다가 간판이 재미있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메뉴를 한국어로 번역했는데, '참마으깼다계란간장우동', '무으깼다간장우동' 이런 식입니다. 한참 웃다가, 들어가서 먹기로 했습니다. 딸은 무으깼다간장우동, 저는 그냥 우동. 가격도 엄청 쌉니다. 두그릇에 600엔(6,000원)이 안됩니다. 그런데 우동맛이 기가 막힙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시코쿠에서 먹었던 사누끼우동만큼 맛있습니다. 완전강추!!! 우에노에 또 가면 꼭 들려서 먹어야 할 집입니다.
식사 후에 다음날 아침에 먹을 주먹밥 등을 편의점에서 사서 호텔로 갔습니다.
그런데 저녁 9:38에 침대가 마구 흔들립니다. 지진입니다. 제 경험으로 진도4는 될 것 같습니다. 딸아이는 너무 놀라서 얼굴이 굳고, 저도 엄청 놀랐습니다. 사쿠라지마에 갔을때 화산재를 맞아보기는 했는데, 여러번 일본에 왔어도, 일본에서 지진은 처음 겪어봅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호텔과 시내가 조용합니다. '아~ 여기선 이 정도는 별거 아닌가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서, 일본에 출장 와 있는 영주씨에게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역시나 깔깔 웃으면서 이 정도는 애들 장난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내일 비행기 못 타고 국제미아가 되나보다 했거든요. 지진 3분 후에 TV화면을 보니, '쓰나미는 없다'는 자막이 뜹니다. 또 지진이 있을까봐 겁이 났는데,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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