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국의 계절

gold iris 2023. 6. 16. 08:22

2023.06.16.
수국이 한창 예쁘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어찌 그리 탐스러운지...
수국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친정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아버지 기일이 되면 어김없이 수국이 만발하기 때문이지요.
아버지는 지금 생각해도 세련된 분이었습니다. 돈이 많았다면 겉잡을 수 없었을지도...ㅎㅎ
60년대에 이태리인가 프랑스인가에서 수입한 사이클을 타시고 장거리를 다녀오기도 하셨고, 70년대 초에는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누비시고, 카메라는 제가 걸음마도 못하던 때부터 사진이 남아 있으니 50년대 말부터 카메라를 만지셨을 겁니다. 라이카 M시리즈, 로라이 플렉스, 핫셀 브라드, 미놀타, 캐논 등을 갖고 계셨는데, 각종 필터와 광각렌즈, 망원렌즈 등도 있었고, 그외 소품도 많았습니다. 조도 측정기, 셔터 누를 때 쓰는 릴리즈, 메추리알과 계란 크기의 중간정도 되는 플래시 전구도 있었습니다. 그런거는 박물관에 가서도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메라 청소 도구도 여러가지였지요. 브러쉬, 펌핑해서 바람을 내는 조그만 도구는 이름도 모르겠네요.
아버지는 하루종일 카메라를 만지고, 살피고, 쓰다듬고 계시고는 했습니다.
가끔 드는 생각은 아버지께서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64세, 만 62세), 제가 해외여행을 보내드릴 기회를 미처 만들지 못해서 여한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37세일 때 갑자기 돌아가셔서, 해외여행을 보내드리지 못했지요. 물론 당신께서는 엄마와 함께 일본과 대만은 다녀오시기는 했습니다.
수국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