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3 에 읽었습니다. 딸아이가 9년 전에 산 책인데, 안 읽은 줄 알고 읽었더니 그 즈음에 읽었던 것입니다. 저의 기억력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밑줄도 그어가며 읽은것 같아요.-.-;;
2007년에 돌아가신 막내작은아버지께서 젊은 시절에 김수근 선생의 건축사무실 "공간"에서 근무했었습니다. 덕분에 제 대학시절 내내 공간 카페의 쿠폰을 얻어 커피도 마시고,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열리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비교적 마음껏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가끔 삼촌을 만나러 사무실로 올라갔다가 김수근선생이 계시는 집무실을 지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분이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후일 그 분이 돌아가실 때의 나이가 55세이니 아마 잘해야 40대 후반이셨을 겁니다. 지금의 저보다도 훨~ 젊을 때이지요.
승효상씨도 막내삼촌이 공간에서 근무하시던 시기에 공간에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김수근선생의 이야기나 공간이야기가 나오면 그 사무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잠시만 생각해보면 건축설계라는 것은 참 대단합니다. 실용적이어야 하고 예술성이 있어야 하며 시대정신과 개성도 나타내야 하고 소재나 공법, 법률 등 관련되는 것이 어머어마 합니다. 그리고 3차원의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지요. 책을 읽다보니 건축설계라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인 일로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너무 우리의 역사적 삶을 부정하는 건축만 이 땅에 지금까지 세워 온 것 아닌가"라는 구절이 있는데 저도 동감입니다. 유럽에 가면 오래되고 낡은 또는 작은 건물들이 즐비한 도로를 아릅답다고 생각하며 걷습니다. 반면 우리는 경상도 말로 하면 '말캉 때리 뿌사~' - 이런 경향이 심하지요.
또한 지은이가 얘기하는 지혜의 도시는 "소유하기보다는 사용하기를 즐기는 이들이 사는 도시이며 그것도 혼자 쓰기보다는 같이 쓰기를 원하는 이들이 공동의 삶을 구하는 곳"입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관련 건물의 사진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진을 곁들였으면 더욱 재미있는 책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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