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3 아침 먹고, 백화점이라도 간다는 듯이, 남편에게 "나 서울갔다올게요." 하니, 남편이 "뭐하러?"합니다. "스트레스 풀게, 가서 내가 좋아하는 화가 그림 보고 올게요." 하니, 남편이 다녀오랍니다. ㅎㅎ
그래서 부산역으로. SRT때문에 KTX의 배차간격이 길어졌고, 예술의 전당이 서울역보다 수서역에서 훨씬 가깝다는 사실을 모른채, KTX를 타고 서울역으로 갔습니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니 오후3시. 지하1층에서 3층까지 전시 4개를 보고나니 어두워집니다.
맨 먼저 목적했던 2층에서 <알폰스 무하,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전>을 보았습니다. 체코 프라하의 성당에서 무하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았었는데, 오랫만에 무하의 그림을 만났습니다. 그냥 예쁩니다. 무하는 1860년생이니 저보다 거의 100년을 먼저 태어난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세련되고 예쁜 여자들을 그려내다니... 아르누보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우리집에 프라하에서 사온 무하의 그림이 그려진 자석이 있는데, 그 그림의 제목이 "여름"인 것을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두번째로 3층의 <아르테코의 여왕 타마라 렘피카 전>을 보았습니다. 렘피카의 그림은 처음 만납니다. 렘피카는 폴란드 출신입니다. 1898년생이군요. 참으로 시대를 앞선 선구자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녀의 행동이나 그림이나 그 당시에는 참으로 모던했겠습니다.
세번째는 1층의 <프랑스 국립 오르세 미술관 전>을 보았습니다. 이 전시는 아이들도 많았고, 관람객이 아주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인솔자의 설명을 듣기 위해, 마치 제가 루브르미술관에서 인솔자의 설명을 듣기 위해 했던 것처럼, 각각 이어폰을 끼고 있었습니다. 그 유명한 밀레의 이삭줍기도 보았구요. 너무나 익숙한 그림이라 실제 작품은 처음 보는데도 마치 여러번 본 것처럼 느껴집니다.
네번째는 지하1층의 <장영주 아가페 전>을 보았습니다. 이 전시회만 무료입니다. 관람객이 가장 적습니다. 저까지 3명. 저의 취향은 아니지만 "심장"이라는 작품은 잠시 서서 보았습니다. 상처 받고, 치유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맞어, 저렇겠구나. 상처받은 마음이...' 그래도 상처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분홍색 밴드를 붙여서 치유됨을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작품에서 작가와 소통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작품에서 작가와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멋대로...ㅎㅎ
하늘이 컴컴해졌기에 백년옥에서 비지찌개로 이른 저녁을 먹고 서울역 앞의 밀레니엄 힐튼 호텔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6촌 시동생을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서입니다. 6촌 시동생이라면 젊은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시동생이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하나뿐인 형마저 세상을 떠나 혼자만 남았기에 일부러 얼굴을 보러 갔었지요. 잘 지내고 있어 보여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런데 미안하고도 고맙게 호텔의 케잌과 와인1병을 주어서 집으로 갖고 왔습니다. 갈 때마다 이렇게 챙겨주니 너무 미안한 마음입니다.
다시 KTX를 타고 집으로 오니 밤11시가 넘었습니다. 이번에도 남편의 이해덕분에 보고싶던 그림을 신나게 잘 보고 왔습니다.
서울의 6촌 시동생에게는 택배로 부산어묵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주문할 수도 있고, 사먹을 수도 있지만 제 마음을 보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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