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및 답사

경주 별빛걷기 답사

gold iris 2015. 11. 9. 22:45

2015.10.12 부산박물관 자원봉사자팀에서 경주 별빛걷기 답사를 했습니다. 저로서는 경주에 야간답사를 한 것이 처음입니다. 결론은 아~주 좋았다는 것입니다. 역시 어는 곳이나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부산박물관 - 분황사 - 대릉원 - 이른 저녁식사 - 첨성대 - 월지(안압지) - 월성 - 월정교 - 부산박물관의 일정이었습니다. 출발은 오후 2시였지요.

분황사는 634년 선덕여왕 3년에 창건하였습니다. 지금이야 건물은 보잘 것이 없지만 국보인 모전석탑만큼은 언제나 볼 만합니다. 1층 몸돌에 조각된 인왕상들도 좋구요. 어렸을 때는 절에 가면 사천왕상이나 인왕상이 무섭기만 하더니 이제는 아주 익살스런 모습으로 보입니다. 심지어는 귀엽기까지 하지요.

돌을 깍아 만든 우물도 있습니다. 분황사에 여러 번 갔었지만 석정은 머리속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내 머리속에 지우개가 있는건지...

다음에는 대릉원으로 갔습니다. 천마총을 보기 위해서지요. 다시 봐도 참 대단한 유적지들입니다. 천마총에서 나온, 국보인 천마도 장니는 자작나무로 만든, 말의 배에 거는 가리개인데, 천수백년이 지난 세월에도 그것이 먼지가 되지 않고 우리가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가히 기적적인 일입니다.

별빛을 보며 걷기 위해 일부러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예상대로 해가 지고 어두워졌습니다.

첨성대로 이동했습니다. 밤에 보는 첨성대가 훨씬 멋있습니다. 낮에 보는 모습은 약간 초라하게 느껴지는데, 밤에 보니 더욱 멋잇습니다.

다음은 월지로 갔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수학여행을 와서 시끌벅적합니다. 하지만 한글날 연휴에 비하면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군요.

월지 역시 밤에 보니 더욱 화려해보입니다. 낮에 보는 모습은 썰렁해보였거든요. 물에 비치는 불빛도 아름답고 밤의 분위기가 새롭게 느껴집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다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깜깜한 월성을 지나 월정교 근처로 갔습니다. 월정교 역시 조명덕분에 상당히 멋진 모습입니다. 원효대사가 월정교를 건너 요석궁으로 들어가 요석공주를 만났다고 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로맨스입니다. ㅎ

경주는 이탈리아의 베로나, 프랑스의 아비뇽 등지 처럼 유네스코가 정한 역사유적지구입니다. 자랑스러운 곳이지요. 하지만 자랑만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 지켜가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로마나 중국의 시안이 세계적인 관광지이지만 단순히 볼거리가 많아서가 아니라, 볼거리를 잘 지켜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입니다. 우리의 경주도 잘 지켜나가야만 합니다.

우리에게 하루종일 해설 해주셨던 문화관광해설사 한 분이 교육받는 것을 포기하시고 나와주셨습니다. 액션과 설명이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일정이 끝날 즈음에는 적응이 되어 그분의 장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 박물관 자원봉사자들이야 어느정도 문화재에 관한 관심과 아마추어적인 지식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는 자신이 다소 망가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그렇게 열심히 설명하는 것도 배울점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답사를 통해 경주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보게 되었고, 경주를 좀 더 자주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원봉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반성하는 마음도 가졌습니다.

회장단이 애쓰는 덕분에 편하게, 재미있게, 맛있는 것을 먹으며 답사를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