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3에 보았습니다. "세밀가귀細密可貴 : 한국미술의 품격" - 리움미술관의 특별전시 입니다.
남편이 1박2일 여행을 가기에, 그 틈을 이용하여 저도 서울나들이를 했습니다. 프리다 칼로, 모딜리아니, 보테로도 보고 싶었지만 "세밀가귀"를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되는 친구들과 리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전시회를 보기로 했지요.
서울역에 도착하여 4호선 - 6호선을 타고 한강진역으로...
지하철에서 올라오니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다시 지하로 내려가, 무려 9천원이나 주고 우산을 사서 쓰고, 최현석셰프가 한다는 엘본더테이블 이태원점으로 갔습니다. 인테리어는 쏘쏘. 저는 가느다란 파스타인 링귀니에 카레맛이 나는 소스. 친구는 오일파스타. 맛은 괜찮았어요. 점심시간의 코스요리는 5만원이지만 육식을 못하는 저는 값비싼 음식을 줘도 못 먹으니 단품으로...
브레이크타임이 3시부터라기에 리움으로 갔지요. 우선 특별전을 보기로 했습니다.
우와~~ 엄청납니다. 상상 이상입니다. 물건 하나하나가 정말 명품 중의 명품입니다. 특히 외국에서 보관하고 있는 물건들을 보면서 인천 송도에 사는 친구는 아주 흥분합니다. "우와~ 멋지다~~~그런데 이거 혹시 외국에서 갖고 있는거 아니야? ......(네임택을 보고나서) 맞네, 외국에 있네. 야~ 이거 너무하네~"
어느 하나 감탄 안 한 것이 없지만, 저는 고려시대의 <나전대모 국당초문 화형합>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화보로만 보다가 실물을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작은(11.5cm) 물건인데, 나전조각이 참깨알의 1/5 이하 될 정도로 작습니다. 그 작은 조각으로 면 가득히 무늬를 만들었습니다. 세밀하기가 가히 귀하다 하겠습니다.
고려시대 송나라에서 온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1123년)"에 '세밀가귀'라고 했다는군요. 900년전에 본 사람이나 저나 비슷하게 느낀 것이지요.
전시체계도 좋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는 물론이고, 세밀한 부분을 확대해서 더욱 자세하게 볼 수 있도록 곳곳에 모니터를 설치해두었습니다.
특별전을 보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상설전을 보러 갔습니다. 상설전도 상당한 품격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앞서서 워낙 고품격의 물건들을 보았더니 다소 재미가 덜 합니다. ㅎ
한참 보고 있는데 마감시간이 되었으니 나가라는군요. 어? 몇신데? 하고 보니 6시가 다 되어 갑니다. 벌써 세시간 가까이 보고 있었던 겁니다.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리움미술관을 나와서 가까이 있는 월향 이태원점으로 갔습니다. 제가 잘 아는 선생님의 딸이 시작한 막걸리 레스토랑인데, 아주 핫한 곳입니다. 참으로 멋진 딸들입니다. 참고로, 제가 월향 사장의 팬입니다.ㅎ
배가 불러서 많이 주문하지는 못하고, 보리새우감자전과 월향현미막걸리 1병만 시켰는데, 감자전이 아삭바삭한 것이 아주 맛있습니다. 술은 제가 워낙 못 먹어서 맛만 보는 정도였구요. 그래서 세 명이 막걸리 한 병을 다 못 먹고 남겼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헤어져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부산역에 도착하니 광복70주년 기념행사 리허설을 하는지 레이저를 이리저리 쏘아대고 있었습니다. 다리는 북항대교의 모습입니다.
밤 12시에 집에 들어오니 남편은 점심먹고 들어와서는, 저녁은 대충 먹고 이미 잠들어있습니다.
친구들과 맛있게 먹고, 수다도 떨고, 너무나 멋진 우리 조상님들의 솜씨를 보고... 아~주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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