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충전기를 찾는다고 딸아이의 물건을 뒤적거리다가 보았습니다. 딸아이가 고3일때 엄마가 써서 제딸에게 주셨던 것이겠지요. 제가 무슨 일이 있다고 해서 부처님 찾고 하나님 찾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시는 엄마가 얘기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6년 반이나 지나서 알았네요. 얼마나 정성을 들여 쓰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사람이 누구라도 제 혼자 잘나서 성공하고 발전하고 밥먹고 사는 것이 아닌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거나 안보이거나,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알고 있는 사람이거나 모르는 사람이거나, 살아계신 분이거나 돌아가신 분, 이러한 많은 분들의 염려와 덕분으로 살아갑니다.
아래에 있는 색종이로 만든 물건은 딸아이가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일종의 장난감입니다. 20년은 되었겠습니다. 외할아버지에게 색종이로 뭔가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까 만들어 주신 것이겠지요. 앞뒤로 재미있게 오리고 붙이고 그림을 그려서 만드셨습니다. 비싼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부엌 찬장에 두고 가끔 눈길을 주고는 합니다. 빨간색 표지쪽에는 딸아이가 "외할아버지 유물"이라고 연필로 써놓았습니다. 이 다음에 제 물건 챙겨가는 날 이것도 챙겨주어야겠지요.
어미 된지 26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좋은 엄마 노릇하기가 어렵습니다.
16년 전에 64세로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맨 아래의 액자사진은 친정엄마가 22살에 시집오면서 만드신 방석을 제가 액자에 넣어 거실에 걸어 놓은 것입니다. 작품이 따로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