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아버지의 이메일 - 홍재희 감독

gold iris 2014. 5. 8. 22:25

2014.05.07에 보았습니다. 2011년 EIDF(EBS국제다큐영화제) 사전지원작으로, 다큐멘터리 입니다.

홍재희 감독의 영화는 처음입니다. 1971년 서울 출생입니다.

무능하고, 술에 취해 살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만 알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감독인 딸이 아버지에 대해 이해 해가는 과정입니다.

어떤 개인의 이야기가 반드시 개인적이지만은 않다는 것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는 잘 생기고, 키도 크고, 그 시절에 영어도 하고, 중장비도 운전 할 줄 아는 멋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평생을 가족과 화목하기는 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고 살다가 세상을 떴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감독인 딸에게 이메일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가 무슨 생각으로 그리 살았고, 그의 인생이 왜 그리 되었는지 가족들이 절대로 알 수 없었겠지요.

그의 인생에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모든 굴곡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38선을 넘어 북한에서 월남, 6.25전쟁, 베트남 파병, 사우디 아라비아 파견 근무, 연좌제..

얼마 전에 읽었던 조정래의 "한강"이 연상되었습니다.

너른 세상에서 활개치고 싶었던 아버지는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침잠하고 그 화풀이를 아내와 가족에게 해 댔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들의 말처럼 '그래도 그래야만 했는가'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않는다고 술에 절어 가정폭력을 휘두르고 사람들을 피해 방안에서만 살다가 생을 끝내는 것은 가장으로서 할 일은 아닌 것이지요.

마침 오늘이 어버이날입니다. 카톡에 자축하자는 꽃다발 그림들이 배달됐지만 이번 어버이날은 유독 '내가 과연 좋은 엄마였나, 우린 좋은 부모였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또한 좋은 딸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마음의 가시가 되어 걸립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특히 가장 가까워서 가장 잘 해주고 정성을 다해야 하는 사람에게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때때로 마음이 무겁지만, 나의 태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 이렇게 후회만 하고 지낼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 후기가 반성문이 되고 말았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