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올린 사진은 제가 찍은 것이지만 다림질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작은 향수병은 체코 프라하의 어느 골목에서 산 것이구요...
어젯밤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새삼스럽게 다림질에 대한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남편은 정말 더운 한여름의 며칠을 제외하고는 항상 넥타이 차림으로 출근했습니다. 아주 더울 때는 남방을 입고... 티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꼬박꼬박 와이셔츠나 남방을 다려서 제공해야 했습니다.
여유있을 때 1주일치를 한꺼번에 다려놓거나 두세장씩 다려놓고는 했지만, 어쩌다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밥상을 차려주고, 남편이 아침식사를 하는 사이에 급히 다림질을 해서 입고 나가게 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습니다.
남편은 7시~7시30분 사이에 출근했는데, 남편의 출근준비를 해놓고 나면, 그때야 제 출근준비를 했지요. 아침잠이 많은 저는 조금이라도 더 누워있다보니, 어떤 때는 아침에 부랴부랴 다림질까지 하고 나면, 제가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화장이야 젊을 때부터 하지도 않았고, 머리도 항상 짧은 머리였기에 젖은 채로 집을 나서도 직장에 도착하면 대충 다 마르곤 했습니다.
문제는 아침식사를 못하고 출근하는 날에 간혹 시간표 변동이 생겨 오전수업 네시간을 스트레이트로 해야하는 날입니다. 그럼 그날은 참 딱한 상황이 됩니다. 쉬는 시간에 좋아하는 커피로 입을 축이고 수업에 들어가지만, 3교시 정도 되면 허리가 제대로 안 펴지고 이미 목소리가 제대로 안나옵니다. 그래도 아이들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고 씩씩한 척 수업했지요. 뭐~ 저만 그랬던 건 아니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욱 다림질이 싫었던 것은 저녁에 미리 다림질을 할 때 입니다. 아침에 그렇게 밥을 굶고 가는 일이 생기지 않으려고 저녁에 다림질을 하면 이것이 또 쉬운 일이 아닙니다.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어떤 때는 밥도 안하고, 안먹고, 그냥 쉬었으면... 할 때가 많았지요) 다림질을 하려니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어서 구역질이 납니다. 책(아보 도오루의 "암 면역력")을 보니까 정신적으로 싫은 일을 하면 부교감신경의 반사작용으로 구토감이 있다고 써 있더군요. 아~ 어젯밤에 책을 보다가 바로 이 대목에서 다림질 생각이 난 겁니다. 그래도 구역질을 참아가며 꾸역꾸역 다림질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세탁소에 맡길 것을 미련하게 다림질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때는 큰 것도 아닌데 내가 하면 되지 싶어서 그랬던 것이지요.
그래서 제 옷은 다림질해야하는 옷은 거의 없습니다. 남편옷을 다림질하는 것만 해도 힘이 드는데 제 옷까지 다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바지는 청바지, 상의는 니트나 티셔츠가 주로 저의 옷차림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날이 시원할 때는 괜찮은데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림질은 더욱 고역입니다. 그래서 세탁소에서 다림질 하는 분들을 보면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와이셔츠 몇장을 다리다 보면 1시간도 금방인데 날이 따뜻할 때는 땀도 제법 흘리게 됩니다. 구토감에 비지땀에 피곤함...
그래서 남편의 퇴직이 결정되고 나서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석달만 다리면 돼, 두달만, ... 드디어 끝이구나!!!
그런데 집에서 며칠 지내던 남편 왈 "입던 와이셔츠는 집에서 좀 입다가 버리게 다려놔라."
이 무슨....
요즈음은 제사, 명절, 경조사에 갈 때만 와이셔츠를 입습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다림질 하기가 싫어서 세탁소에 맡겨보기도 했습니다.
다시 제가 다림질을 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손수건도 잘 다리지 않습니다. 모아두었다가 마음 내키면 다려서 넣어두고, 그마저도 싫으면 그냥 서랍에 넣어두고...
게으르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다림질이 너~무 힘들고 싫습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손주들 (0) | 2014.05.30 |
---|---|
낭독봉사 - 일곱번째 책 완료 (0) | 2014.03.11 |
낭독봉사 - 여섯번째 책 완료 (0) | 2013.12.03 |
남편 환갑 (0) | 2013.08.05 |
낭독봉사 - 다섯번째 책 완료 (0) | 2013.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