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3.
《신곡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 지옥편ㆍ연옥편ㆍ천국편》
그림 : 윌리엄 브레이크
역자 : 박상진
어렸을 때 읽다 말았는지, 다 읽기는 했는지, 기억도 제대로 안 납니다.
청자빛 하드커버의 을유문화사 세계고전문학전집 중에서 더러 꺼내서 읽은 것들이 있었지만, 읽은 지 40년도 더 되었으니...
남편이 읽겠다고 해서 산 《신곡》을 어쩌다가 저도 읽기로 했습니다.
역주를 잘 읽어가며 읽어야 했습니다.
그나마 그동안 축적한 알량한 지식(?) 덕분에 지명ㆍ인명ㆍ역사적 사건들을 조금씩 짐작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어려운 책입니다.
일단 기독교에 대해서도 조금이라도 알아야 이해가 되고요. 이탈리아와 주변 국가들과의 정치사도 좀 알아야 하고, 단테가 생존했던 13세기와 14세기 초의 문화도 알아야 하고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얘기는 알고는 있지만, 베아트리체는 어쩐 일인지 천국에 곧장 가 있습니다. 단테에게 베아트리체=聖女이겠지요. (단테의 부인은 좀 억울할듯...)
등장인물이 정말 많습니다. 천 명이라던가? 자세하게 설명되지는 않기에, 그만큼 배경 지식이 있어야 문장이 이해 되는 것이라, 그래서 《신곡》이 어렵다고 얘기하나 봅니다.
아주 흥미로운 부분은 연옥에 있는 영혼들은 생전에 지은 죄를 용서 받고 천국으로 갈 수 있는데, 본인도 노력해야 하지만, 지상의 살아있는 사람들이 그 영혼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할수록 천국으로 갈 때 걸리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내용입니다.
마치 불교에서 죽은 자가 생전에 지은 죄에 따라 시왕十王에게 재판을 받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49재나 천도재를 지내서 영혼의 극락왕생을 비는 것과 흡사해서 재밌습니다.
또한 불교의 감로도에서 볼 수 있는 장면과 흡사합니다. 감로도의 인로왕보살이 신곡의 베아트리체라 할 수 있을라나~ㅎ
중세 유럽 사람들의 세계관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죄를 더 중하게 생각했는지, 어떻게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했는지...
서곡 1편과 지옥편 33곡, 연옥편 33곡, 천국편 33곡으로 모두 100곡으로 이루어졌고, 단테는 토스카나어(피렌체어)로 썼답니다. 라틴어가 아니라 자기 고장의 속어로 쓴 것이지요.
단테는 1300년 부활절 주간 3월 25일 목요일 밤에 여행을 시작해서 지옥에서 3일, 연옥에서 3일, 천국에서 1일을 머물다가 4월 1일 목요일 아침에 여행을 마칩니다.
단테는 피렌체에서 정치적 활동도 했는데, 1300년에는 산 지미냐노에 대사로 파견되기도 했답니다. 지난 2월에 가본, 높은 탑이 많은 산 지미냐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산 지미냐노 성당의 내부는 대단했습니다.
윌리엄 브레이크의 삽화가 있어서 흥미롭게 그림도 보았습니다.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실린 책도 있다기에,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들어간 《신곡》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한 번 읽었으니, 조금 쉽게 읽히려나...?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신ㆍ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1) | 2024.09.29 |
---|---|
사다리 걷어차기 -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3) | 2024.09.26 |
무서운 그림들 - 이원율 지음 (0) | 2024.09.26 |
카라바조 : 이중성의 살인미학 - 김상근 지음 (0) | 2024.09.09 |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 박노해 사진 에세이 2 - 박노해 지음 (3) | 2024.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