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gold iris 2024. 8. 13. 10:51

2024.08.12.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초판을 6쇄까지 찍었고, 제2판이 2001년에 나왔는데, 저는 2004년에 찍은 제2판 3쇄를 읽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첫번째 작품이 "르네상스의 여인들"이고, 두번째 작품이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입니다.

체사레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많은 인물이지만, 일본인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을 생생하게 잘 살려냈습니다.
역사와 문학 사이의 그 어디쯤에 있지만, 재밌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나나미 덕후가 될만합니다. 저야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지만...

에스파냐 출신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아들인 체사레는 로마식으로 발음하면 카이사르, 프랑스식으로는 케사르, 세자르, 영어식으로는 시저입니다.
유럽의 인명은 로마식, 에스파냐식, 프랑스식, 독일식, 영어식 등의 발음이 각기 달라서, 같은 인물도 다른 인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샤를마뉴=찰스=칼, 펠리페=필리프, 앙리=헨리, 히에로니무스=예로니모=제롬, 알렉산더=이스칸데르, 이런 식이지요.

예전에 케이블TV에서 "알렉산데르 6세"라는 드라마를 했었는데, 19금 장면도 약간 있었지만 너무나 잔인한 장면들이 있어서 안 보고 말았습니다.
그때 체사레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르네상스의 여인들"에도 체사레가 언급되기에 읽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 많습니다.
교황과 성직자의 부정ㆍ부패, 정략결혼과 내연관계, 신분계급제도, 전쟁이 일상인 세상...

체사레는 교황인 아버지를 등에 업고 분열되어 있던 이탈리아를 몽땅 다 차지해서 통일왕국을 이루려는 야망을 가집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옆에서 거들기도 합니다.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의 모델이 체사레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렌체공화국의 외교관 역할을 했던 마키아벨리는 체사레와 여러번 대면합니다.
권모ㆍ술수ㆍ모략ㆍ배신의 정치가 이어지지만 그 와중에 절개를 지키는 충신도 있습니다.

체사레가 오가는 곳이 주로 이탈리아이다 보니, 저도 잠시 들렀던 곳들이 생각났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바티칸궁, 교황의 피신처와 감옥으로 쓰인 산탄젤로성, 나보나 광장, 시에나 캄포광장, 탑의 도시 산 지미냐노, 요새도시 오르비에또, 교황과 체사레가 무시할 수 없었던 피렌체 공화국과 베네치아 공화국, 밀라노 공국 등.
피렌체 산타크로체성당에는 마키아벨리의 묘가 있고, 밀라노 라스칼라극장 앞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동상이 있습니다.
체사레를 읽으며 저의 이탈리아 여행 장면도 소환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을까요? '아, 그 광장에서 체사레가 말을 달렸구나~' 하면서...

체사레가 결혼한 장소가 프랑스 르와르 강가의 고성 앙부아즈성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무덤이 있는 성당도 그 성에 있습니다.
그 성 바로 앞에 백수십 년 된 마카롱 가게가 있어서 사 먹었는데, 엄청 달았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대단한 시오노 나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