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6.
아~, 이 분, 살짝 얄밉습니다 ㅎㅎ
인상 좋으시고, 댄디하시고, 말씀도 잘 하시고, 아는 것도 많으시고, 게다가 책마다 재미있으니...
이번 책은 신변잡기인 것 같아 별 기대를 안했는데, 짤막한 글들인데도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제 친구가 맨날 자신의 '졸저'라고 하는 책이 생각납니다.
그 친구의 책이 유현준의 이 책보다 부피가 작기는 하지만, 읽기 쉽다고 쉽게 쓸 수 있는 글은 아니거든요.
이 책도 그렇습니다. 별 특별한 얘기도 아닌 것 같지만 내공 없이는 쓸 수 없는 글입니다.
이 책을 읽으니, 부산에 사는 제가 툭하면 서울에 가는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바로 어린 시절의 추억의 공간이 있는 곳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동생들과 뛰어놀던 조계사, 선지국을 사러 냄비를 들고 청진옥으로 가던 (지금보니 너무나 좁은) 골목길, 허구헌날 지나다녔던 제칠일안식교 예수재림교 서울중앙교회 골목길 등등.
그 교회가 불이 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때일 겁니다. 1974~76년사이. 어쩌면 1977년 정초일지도... 아주 추운 한겨울 밤인데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때 우리집은 (지금은 그 집이 일광정사로 되어있는 새로 지은 건물이지만) 2층 양옥집이었습니다. 그 교회의 정문 바로 오른쪽이 우리집이었지요. 대문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에 반원형 모양인 유리창이 있었습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작은 네모 유리를 둥그렇게 붙인 유리창이었지요. 베란다 창처럼.
집의 2층 뒷면쪽 창문에서 불이 난 교회를 보는데, 열기가 느껴져져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침에 나가보니 꺼멓게 그을린 교회 정면이 소방관들이 쏜 물 때문에 온통 고드름과 얼음으로 덮여있었지요.
내 소유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나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거... 내가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맞습니다. 자신의 영역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거지요.
돈도 그런 거 같아요.
통장에 아무리 큰 액수의 숫자가 있어도, 쓰는 사람이 진짜 임자잖아요.
좀 더 적극적으로 내가 누릴 공간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공간도 쓰는 사람이 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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