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6 서울에서 혼자 놀고 왔습니다. 늦잠꾸러기가 아침 6:30기차를 타고 올라갔지요.ㅋㅋ
집 - 부산역 - 서울역 - DDP(백두대간 와유, 간송문화전, 이간수문) - 인사동 - 조계사(불교중앙박물관) - 광통교 - 서울역 - 부산역 - 집의 일정이었습니다.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기 전에 커피를 한 잔 사려고 카페 앞에 서 있었는데, 빵과 케잌상자를 짐수레에 잔뜩 싣고 오던 분이 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저와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뒷굼치에 심한 찰과상이 생겼지요. 카페의 직원에게 부산역에 보건실이 있냐고 했더니, 그런건 없지만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을 주겠답니다. 그래서 거즈와 반창고를 큼지막하게 붙였습니다. 사고(?)를 내신 분은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주면서 병원가게 되면 연락하라고 합니다. 제법 상처가 크기는 했지만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어서, 기차를 타고는 그분께 아침부터 놀랬겠다고,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문자를 보냈지요.
기차타고 가면서 딸에게 서울에 혼자 놀러간다고 카톡을 하니, 케잌과 커피 쿠폰을 보내줍니다. 이른 아침 기차이기에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서울역에 내렸는데, 딸이 보내준 쿠폰으로 샌드위치, 올리브빵, 물, 커피, 요거트까지 사서 아침식사로 먹고 남은 것은 나중에 점심식사로 먹기도 했습니다.
서울역에서 바로 DDP로 갔습니다.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건물이 SF영화에 나오는 건물 같습니다.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왔는지 신나게 떠들고 있습니다.
간송전을 보려고 하다가 <백두대간 와유>전을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이 그림에 대한 기사를 본 듯 했습니다. 폭 1m, 길이가 150m인 그림입니다.
막상 보니 생각보다 대단합니다. 묵으로만 그렸는데도 풍성한 그림입니다. 저는 준법이나 묵의 사용에 문외한이라서 어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친붓으로 약간 메마른듯한 먹을 사용해서 그린 듯한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자그마하게 묘사한 부분도 대충 그린 것은 아닙니다.
백두대간을 그렸으니 산을 주로 그렸지만, 그 산에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도 반드시 혼자가 아니라 여러사람이 어울려서 산으로 오릅니다. 또한 도시도 있고 기찻길, 자동찻길도 있습니다. 지리산에서 금강산을 지나 백두산까지 그렸지만, 금강에서 백두사이는 빈 공간입니다. 다음 세대가 이어갈 공간이라고 비워두었습니다. 작가가 발로 갈 수 있는 곳이 금강산까지 이고, 백두산은 중국을 경유해서 다녀왔겠지요. 서글픈 일입니다. 우리의 강산을 마음껏 그릴 수도 없다니요...
태백산인가 근처에서는 새소리가 들립니다. 새홀리기와 참배암차즈기라는 새의 소리인가 봅니다. 지리산 앞에는 남명 조식의 글도 적어 두었습니다. 또한 곳곳에 편히 앉아 기대어서 볼 수 있는 산 모양의 의자도 배치되어 있습니다. 앉아보니 제법 편안합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아주 좋은 그림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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