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화론 연구 - 유홍준 지음

gold iris 2012. 8. 25. 01:12

2012.08.19에 읽었습니다. 집에 지은이의 책이 무엇이 있나 찾아보았더니, 이 책이 딸아이의 책꽂이에 꽂혀 있었습니다. 아마도 학부시절에 읽었나봅니다.

제1부 조선시대 화론의 제 형식, 제2부 조선 후기 화론 연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분량으로 보면 제1부가 20%, 제2부가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2부는 지은이의 박사학위논문입니다. 어쩌다보니 박사학위 논문도 읽게 되네요.

조선시대 후기의 사대부들이 어떠한 생각으로 그림(시,서,화)을 그리고 논했는가 하는 내용입니다.

그 당시에는 중국의 유명한 그림을 모아 놓은 책을 보고 공부하며 그림공부를 했나봅니다. 하지만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우리 것으로 소화했다는 것이지요. 법고창신입니다. 옛법은 지키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지요. 중국풍의 상상속의 산수가 아니라 우리의 실제 산수(진경산수)를 그리고, 그 그림속의 사람도 중국인이 아닌 조선인을 그리게 됩니다. 또한 사대부만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고, 백성들의 삶이 그림의 주제가 되어 농민이나 아낙네가 주인공(속화)이 되기도 합니다. 그림만 그런 것이 아니고 글씨체에서도 동국진체가 나왔습니다.

또한 그림을 그리되 모양만 그리는 것(사실론)이 아니라, 그 정신까지 그리는 것(전신론)을 잘 그리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대로 그리려고 했지만 보이는대로 그리진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서양의 사실주의와 또 다른 우리의 옛그림입니다.

전신론은 5세기 동진의 고개지가 제시한 개념이랍니다. 지난날, 교과서에 실린 그림("여사잠도" - 황실 규방 여인들의 품행을 훈계하는 내용)을 보며, "중국의 위.진.남북조시대의 유명한 화가로 [여사잠도]를 그린 고개지가 있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하고는 했었습니다. 그 옛날에 그런 화론을 갖고 있었다니 교과서에 나올만 한 것 같습니다. 

조선 후기 회화에서 속화의 윤두서, 진경산수의 정선, 동국진체의 윤순이 선두였고, 원교 이광사는 동국진체의 한 전형을 완성한 것이랍니다. 이광사의 글씨를 보면서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보았군요. 에구구~

어쨌든 지은이의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훌륭하게 연구하는 분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