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3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지음, 번역 김희정ㆍ조현주.
스테디셀러이지만 모른척했는데, 같이 자봉하시는 선생님께서 하도 좋다고 하시기에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미술관 이야기이니 페이지가 잘 넘어갑니다.
게다가 미술관 경비원의 이야기이니, 박물관에서 전시실을 지키고 해설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제게는 공감하는 부분이 더러 있습니다.
지은이는 25살에 27살의 형이 암으로 사망하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방황을 하다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됩니다.
10년간 경비원을 하며 상처를 다스리게 되고, 결혼하고 아들과 딸도 태어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을 그만둔 지은이는 도보 여행 가이드를 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형이 갑작스레, 그것도 겨우 스물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그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세계의 명작들을 보며 세상 속으로 들어갈 용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일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실을 지키는 봉사활동을 잠시 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설치미술을 보며,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뭘까... ' 하다가, 4시간을 바라보고, 다음에 또 4시간을 바라보고 하다보면, 제 마음대로이긴 하지만, '아~ 이런 것을 표현했나 보다... 작가가 자신의 고통을 이렇게 표현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500년 전에 만들어진 큼직한 머그컵 같은 토기를 쳐다보고, 다시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다 보면, 그 토기를 만든 누군가의 손길이 보이는 듯합니다.
진흙을 주물럭거렸겠지... 이렇게 만들까? 저렇게 만들까? 궁리도 하고... 요렇게 하면 더 예쁠라나? 또 궁리하고...
이런 생각을 하며 토기를 바라보면, 1500년 전이 아니라, 얼마전에 가까운 곳에 있는 누군가가 만든 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힘듦과 고통을 느끼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가까운 사람에게서 공감과 위로ㆍ위안을 받기도 하지만, 작가를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작품들을 통해서도 공감과 위로ㆍ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고, 미술 작품들을 보러 다니며, 책도 읽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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